오늘부터 잃지 않는 투자에 남기는 글은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글을 조금이라도 읽기 쉽게 인쇄된 책에 쓰는 방식으로 쓰려고 합니다. 오해 없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식을 시작하는 주린이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짧은 시간 투자해서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종목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식 좀 해봤다는 사람 만나면, 어떤 종목 하세요? 수익이 좀 났나요? 짧은 시간 투자로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종목을 알려주세요. 이런 식의 질문들이었다.
과연 짧은 시간에 수익이 많이 나는 주식이 가능할까? 일단 가능하다는 답변으로 시작해 본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것을 테마주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일시적으로 어떤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급상승하는 종목이다.
10월 말경에 두산로보틱스라는 주식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 깊이 있게 안다기보다는 그냥 이름을 들어보게 되었다. 로봇관련주라고 한다. 재미있어 보이는데? 하는 생각에 지켜보게 되었다. 40,000원 정도 하던 것이 11월 중순경 갑작스럽게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하루에 10% 정도씩 오르는 주식을 보면서 '나도 이 주식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11월 21일 58,600원이 되었을 때,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10주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렇다. 타오르는 장작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빨려 들어갔다. 가슴을 졸이며 조마조마 하루가 지났다. 두둥. 66,600원으로 주가가 올랐다. 대박!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얼른 매도 버튼을 클릭했다. 더 이상 쥐고 있을 강심장은 아니었다. 아마도 지금이 고점이겠지 생각했다.
이런. '내가 팔고 나면 올라요'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목요일도 상승, 금요일도 상승. 그렇게 주말이 지났다. '다시 또 사볼까?' 이번에는 4주만 구매했다. 77,100원.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다. 80,200원. 너무 놀라웠다. 그냥 사두면 오르는 주식인가 보다. 이건 뭐 끝도 없이 오르기만 하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80,200원에 매도한 후에도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빨간 그래프가 올라갔다.
11월이 다 지나고 12월이 되었다. 구매한 주식은 없지만 여전히 마음은 두산로보틱스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11월에 괜찮은 성과를 냈는데, 12월에는 좋은 출발을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 지금까지 촉이 좋았어. 2주만 사볼까?' 생각했다. 94,100원으로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주식을 겁 없이 덜컥 매수하고 말았다.
아차차! 이건 뭐 기다렸다는 듯이 파란 막대기가 아래로 흐른다.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서 '이러다 금방 다시 오를 거야. 주가가 하락하면 추매 타이밍이지. ㅋㅋ' 2주를 추가 매수 했다. 헐. 내가 매수 버튼을 누르면 주가는 떨어지고, 살짝 올랐다가 추가 매수를 하면 또 떨어진다. 이렇게 2주씩 추가 매수를 5번 더 했다. 이제 총 12주 평단가는 9만 원 초반대로 떨어졌지만 주가는 그보다 더 아래다. 78,900원!
아! 추매는 20% 하락할 때에만 했다던 "샌드타이거샤크"의 이야기가 떠 올랐다. 지금 마이너스 15% 정도 되니까 마이너스 20%까지 기다렸다가 100만 원 정도 추가매수하려고 기다렸다. 추가 시드가 준비되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불안하다. '정말 마이너스 20%가 되면 손절하고 나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주식을 시작하고 최대의 고민에 빠졌다. 오랫동안 주식하신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생각 없이 구매한 주식이라 하락하는 주가를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엄격하게 따져보자면 사실 이미 충분히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통해 넉넉한 수익을 맛봤다. 그래도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30만 원 이익이 날 때는 그냥 '기분이 좋다.' 정도인데, 30만 원 손해가 날 때는 '으악. 망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12월 6일 오늘 무슨 일인지 두산 로보틱스의 주식이 갑자기 9% 상승하고 장을 마감했다. 89,100원! '15% 정도에서 물타기 할 것을 그랬나?'라는 생각은 아마도 누구나 할 것이다. 버스 지나고 난 뒤에 손드는 격이다. 여전히 평단가는 91,166원. 아직 손해보지 않으려면 2.4%의 주가 상승이 필요하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과연 나는 손해를 보지 않고 탈출할 수 있을까?
이번에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담으면서 교훈을 얻었다. 만약 이것이 '삼성전자'나 '애플' 등 이와 비슷한 실적주를 매수했다면 아마 주저하지 않고 10% 정도의 하락에, 어쩌면 3% 정도만 하락해도 추가 매수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미 이익을 남기고 기분 좋아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주식, 확신이 없는 주식, 테마주 등은 언제 하락할지 모르기 때문에 추가 매수의 기회가 와도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된다.
테마주는 단기간에 좋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잠시라도 촉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하락한다면 과감하게 손절할 용기가 필요하다.
아래는 두산로보틱스 일봉 차트를 네이버에서 화면캡처한 이미지다.
단기간에 주식을 통해 이익을 보기를 원한다면 테마주에 덤비면 된다. 운만 좋으면 원금의 3배(300%)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테마주를 추천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재미로 시도해 볼 생각이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테마주를 구매했다면 단 10분도 차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짧은 시간에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접근인 것 같다.
끝으로 나는 한시적으로 두산로보틱스가 테마주라고 보고 접근했지만, 정말 중장기적으로 5년 10년을 내다본다면 두산로보틱스는 실적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로봇 관련 주식의 대장이 두산로보틱스가 아니라 새로운 주식 기업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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